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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레바논 엘리트 정치에 신물난 국민들. 베이루트 폭발은 터닝 포인트

by 요약남 2020.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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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레바논의 지도자를 비난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베이루트의 중심으로 몰려들었다.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했으며 일부는 정부 청사를 점거하기도 했다. 바리케이드를 넘어 시내 한가운데로 진입하려는 시위대를 막기 위해 경찰들은 고무탄과 최루탄을 쏘았다.

외교부 건물로 들어간 시위대는 '혁명의 수도 베이루트'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걸었으며 재무부 건물에서는 창 밖으로 서류들을 던졌다.

저녁에는 군인이 투입되어 시내 도로에 배치되었다. 어떤 군인들은 시위대에 로켓을 발사하기도 했다. 

레바논 정부와 적십자에 따르면, 이번 충돌로 한 명의 경찰이 사망했으며 153명의 시위대가 다쳤다고 한다.

충돌이 격해지자  Hassan Diab 수상은 의회 선거를 두 달 안에 서둘러 치를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폭발에 대한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는 선거를 빨리 진행하지 않고서는 국가의 구조적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새로운 정치인과 새로운 의회가 필요하다."

 

전 총리  Saad Hariri 는 작년 시위대의 압력으로 사임했다. 그 뒤를 이어 지난 1월 Hassan Diab 이 총리직에 올랐으나 아직까지 레바논의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정치 엘리트 관행을 뽑아내지는 못했다. 

 

많은 레바논 사람들은 지난 화요일의 끔찍한 폭발의 원인이 몇 년간 지속되어온 무능한 정부의 부패 때문이라고 믿는다.

레바논 정부는 항구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2,750톤의 질산암모늄에 불이 붙어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폭발의 원인으로 보이는 질산암모늄은 수년간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었다. 위험 물질이 도시 중심가와 가까운 곳에 쌓여 그동안 방치된 것은 명백히 시 정부의 무관심 때문이었다.

시위대들은 Martyrs 광장에서 판지를 오려 만든 레바논 지도자들의 인형을 교수형 시키는 퍼포먼스를 보이며 폭발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폭발로 자신의 커피숍과 호텔을 잃은 Omar Jheir는 이번 폭발이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말한다.

"만약 그 폭발이 지금과 같은 변화를 일으키기에 충분히 크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또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까?"

 

부의 잘못된 경제정책과 레바논에 만연한 정치족벌주의를 타파를 주장하는 시위대의 분위기는 작년과 사뭇 다르다. 작년 시위대의 분위기는 춤과 음악을 동반한 축제 같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훨씬 어둡다. 시위대들은 노래를 부르는 대신 금속을 두드리며 소음을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작년과 같은 평화적인 시위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미 평화적인 방법으로 그들에게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평화는 없다." 19살의 학생 시위자 Nour Zein이 말했다.

 

베이루트 미국 대사관은 토요일 저녁 평화적 시위에 지지의 뜻을 표현했다. "레바논 사람들은 너무나 고통 받았다. 그들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고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지도자를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라고 트위터에 남겼다.

작년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평화 시위 말고도 올해 4월 또 다른 시위가 있었다. 당시 달러 위기가 발생하자 레바논 은행들이 고객들의 외화 인출가능 최고 금액에 제한을 걸었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6개의 은행에 화염병을 던졌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대중 한 명이 보안당국과의 충돌 중에 사망했다.

 

시위가 예정되어 있던 시각보다 몇 시간 전 Diab 총리는 폭발 현장을 방문하여 탐색 및 구조 노력을 지속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그 역시 충격받은 레바논 사람들 중 하나이고 그들의 좌절감을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시위대들은 화내고 분노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30년 동안 벌어진 부패와 타락에 분노했다."

 

또한 비난의 화살이 그의 행정부가 아닌 다른쪽으로 돌리기 위한 발언도 했다. 그는 현 정부가 베이루트 항구에 적재된 질산암모늄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7월 20일이라고 했다.

 

베이루트 항구에 쌓여있던 질산 암모늄은 7년 전에 항구에 도착했었다. 레바논 관료의 말에 따르면 질산암모늄을 치우려는 계획은 있었지만 레바논의 관료주의 때문에 계획이 3년이나 보류되었다고 한다.

레바논의 정치 지도자들은 대중의 분노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하급 관료들에 대한 조사를 지지하고 있다.

 

레바논 대통령 Michel Aoun은 폭발에 대한 엄중한 조사는 지지하지만 국제공조 조사에는 부정적이다. 그는 폭발이 다른 나라의 공격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아직까지 하나도 없다.

 

레바논의 강력한 정치 집단인,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리더인 Hassan Nasrallah는 헤즈볼라가 이번 폭발과는 관계가 없으며 항구에 무엇이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으로 들어오는 항구의 실제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집단으로 국내 정치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동시에 많은 레바논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레바논의 지도자들은 재빨리 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돕지 않은 것으로도 비난을 사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이 폭발이 발생한 날 이틀 뒤 폭발 지역과 피해가 큰 거주 지역을 둘러본 동안, 레바논의 정치인들은 대부분 폭발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 지역을 방문한 일부 정치인들은 주민들에게 야유와 조롱을 들어야 했다.

Diab은 피해 거주 지역 주민들을 만나 볼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 거리로 나가야 할지 정해지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그들의 일부이다. 나는 그들의 분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세계 각지에서 구호 팀들은 여전히 연기가 피어나고 있는 이 지역에 모여들고 있다.

 

화요일 폭발로 폭발지점에 400피트 폭의 구덩이가 생겼고 이 곳에 바닷물이 재빨리 들어왔다. 정박해 있던 7,500톤, 425피트 길이 규모의 The Orien Queen 크루즈 선은 튕겨져 나가 구덩이 한쪽 끝에서 쓰러져 왼쪽 절반이 지중해 바다에 잠겼다. 레바논 잠수부들이 이 구덩이를 수색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탐색구조 팀과 특수 훈련견을 데리고 온 키프로스 공화국 팀이 협동 작업하고 있다.

 

전 세계적 경제 위기와 식료품 물가가 비싸지는 이 시국에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였던 베이루트 항구가 파괴되었다. 그리고 도시의 가장 생기 넘치는 거주지역과 상업지구에 쓰레기를 덮어버렸다. 이번 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침체된 국가 경제에 엎친데 덮친 격이 될 것이다. 

폭발로 인해 많은 병원들이 피해를 입었으며 폭발로 부상당한 환자들이 병원에 넘치고 있기 때문에 레바논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커다란 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레바논 보건부는 토요일 279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로서 레바논은 총 6,000명의 확진자와 6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마크롱 대통령 사무실은 레바논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 연합과 함께 국제 원조 회의를 주체할 것이라고 했다. 

 

출처: 월스트리트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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