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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넛지 전략으로 돈 버는 언론 구독 시스템

by 요약남 2021.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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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나태함을 이용해 돈 버는 방법

 

영어 학습 차원에서 인터넷 모 영자 신문을 구독했었습니다. 열의를 가지고 계획에 맞춰 신문을 읽어나가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으며, 국내 신문에서는 다루지 않는 소식도 들을 수 있고, 국내 이슈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다른 일로 바빠서 그날 기사를 읽지 못했었는데요. 한번 거르고 나니 왠지 다음 번은 더 쉽게 거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읽을만한 기사 없지 않나?', '오늘은 너무 바빴어' 하며 나태함에 대한 핑곗거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지날수록 빼먹는 신문 수는 늘어만 갔고, 결국 한 달 가까이를 읽지 못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구독료가 아까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구독을 취소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미 수개월 치의 구독료를 낸 후였습니다. 

 

그래서 영자 신문 홈페이지에서 구독 취소를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웹 상에서 구독을 취소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저의 예상이 빗나갔는데요. 신문사 홈페이지 안내에 따르면, 구독 취소는 해당 국가 지역의 사무소로 전화를 걸어 직접 구독 취소 신청을 해야 한답니다.

 

전화번호를 보니 서울 지역 번호더군요. 그래서 전화를 바로 걸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이 토요일이라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월요일에는 꼭 전화를 걸어 구독을 취소하리라 마음을 먹고 주말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돌아온 월요일에 영자 신문 구독을 취소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신문의 월 구독 자동 결제 메시지를 본 후에야 신문 구독 취소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결국 서울에 있는 신문 사무소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성분이 전화를 받았는데, 영어로 전화를 받더군요.

'여보세요, 인터넷 신문 구독 취소하려고 전화드렸는데요.'라고 하자 그 여성분이,

'Sorry, cannot speak Korean, would you speak in English?'라고 답변했습니다.

 

순간 영어 울렁증이 올라왔습니다. 영어로 말하라니. 한국에 있는 서울 사무소인데 한국말을 못 하는 직원이라니. 게다가 목소리와 억양은 아시아계 사람인 것 같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떠듬거렸지만 정확하게 구독을 취소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고, 그녀는 구독 취소해서 안타깝다 뭐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왜 구독을 취소하려는지 물어보았는데요. 여기서 또 말문이 막혔습니다. 나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냥 취소하고 싶다, 'I just want to unscribe'라고 하고 취소 절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구독 형태의 판매 전략

신문과 잡지는 전통적으로 구독 형태로 판매되는 상품입니다만.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에는 다양한 제품들이 구독 형태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쿠팡에서 정기 배송으로 생필품을 받아보고 있으며, 와이즐리 면도날 카트리지를 구독해 면도날 교체 주기에 맞춰 받아볼 수 있습니다. 생필품 정기 구독은 미국 아마존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판매 전략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은, 판매 회사들은 어떻게 신문과 잡지가 아닌 다른 아이템들까지도 구독 형태로 판매할 생각을 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돈을 버는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정기적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즉흥적 또는 필요에 따라 물건을 사는 전통적인 판매 방식보다 경제적 이득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 영자 신문 구독을 취소하려 했던 저의 사례를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한 번 구독을 해 놓으면 몰건이 더 이상 나에게 쓸모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독 취소를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구독자가 저처럼 나태하거나 귀찮다고 느낄 수도 있고, 있으면 쓰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 수도 있습니다. 또 그냥 단순히 까먹어서 구독 취소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 광고 후 이야기 계속 됩니다.


 

위와 같은 현상을 '넛지(Nudge)'라는 책에서는 '현상유지 편향'이라는 단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타성에 젖어 지금껏 이어져 오는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나태한 행동을 설명하는 용어입니다. 넛지 책에서 든 사례에서는 어떤 사람이 세 달 치의 무료 구독권을 신청했다가, 네 번째 달부터는 유료로 매달 자동 갱신되는 것을 알면서도 취소하지 않은 덕에 10년 동안 읽지도 않는 잡지를 구독했다고 합니다. 10년이라니 얼마나 큰 금전적 손해였을까요?

 

구독 취소를 방해하는 장치

더욱 흥미로운 것은 구독 판매 시스템에는 구독 취소를 방해하는 여러 장치들을 두어 구독을 유지하게 끔 만든다는 것입니다. 절대 모 영자 신문사를 비난하거나 잘못했다는 것이 아님을 미리 밝혀둡니다만, 처음 구독 취소를 마음먹었을 때를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만약 당시에 신문사 웹사이트에서 손쉽게 구독 취소를 할 수 있었다면, 다음 주 월요일에 전화로 구독 취소해야 한다는 사실을 까먹지도 않았을 테고, 결국 의지와 상관없이 한 달 더 결제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회원 탈퇴, 구독 취소는 쉽게 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전화로 구독 취소를 하게 만든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물론 한국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을 위한 사무소이겠지만)

 

그리고 서울 사무소에서 근무하지만 영어로 응답하는 직원도 구독 취소를 방해하는 장치라고 의심해볼 만합니다. 만약 영어 울렁증 때문에 도중에 전화를 끊었다면? 그랬다면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도 구독 취소를 하지 못해 돈만 낭비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구독 취소를 막는 장치 역시 판매 전략일 것입니다.

 

기업들은 개인의 나태함을 이용해 돈을 번다

'넛지'라는 책에서 '현상유지 편향'이라 묘사하는 우리의 성향, 저는 단순히 개인의 나태 또는 게으름이라 표현하고 싶은데요. 과거에는 나태하면 단지 돈을 벌 수 없었을 뿐이었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서 나태함은 남에게 돈을 뺏기는 상황까지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뛰어난 인재들을 고용하고 많은 돈을 버는 기업들은 이미 우리의 이런 성향을 잘 파악하고 이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은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겠는데요. 거꾸로 우리도 이런 구독 형태 판매와, 개인의 나태함(현상유지 편향)을 이용해 매출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내용 참고: 넛지(Nu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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